OTT 플랫폼이 드라마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콘텐츠의 기획부터 제작, 배급, 소비 방식까지 전반적인 구조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티빙 등 주요 OTT 플랫폼의 전략과 함께, 전통 방송 드라마와의 차이점, 그리고 창작 환경의 변화 양상을 알아봅니다.
방송국이 아닌 플랫폼이 콘텐츠를 이끈다
과거 드라마 제작의 중심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였습니다. 드라마는 편성표에 따라 제작되었고, 광고 수익을 주요 재원으로 삼아, 시청률이 작품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OTT 플랫폼의 등장은 이러한 전통적인 제작·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습니다. OTT(Over The Top) 플랫폼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하며, 사용자의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드라마는 ‘방송용 콘텐츠’가 아닌,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로 진화하게 됩니다. 또한 시즌제, 회차 비고정, 장르 실험 등 다양한 형태의 서사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제 드라마는 ‘어떤 시간대에 방송되느냐’보다, ‘어떤 플랫폼에서 얼마나 많이 소비되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콘텐츠의 성공을 결정짓는 기준 역시 시청률에서 스트리밍 수, 시청 지속 시간, 글로벌 반응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작사의 기획 전략도 급속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배급 경로의 다변화가 아닌, 콘텐츠 제작의 본질적 방식—즉 이야기의 구조, 촬영 방식, 포스트 프로덕션의 전략까지 포괄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OTT 플랫폼 중심 제작 방식의 3가지 변화
첫 번째 변화는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의 변화**입니다. 기존 방송국 중심의 기획은 보편적 대중성을 중시하며, 연령 등급과 편성 시간대를 고려한 내용 구성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OTT 플랫폼은 ‘개인화된 시청 경험’을 중심에 두기 때문에 특정 타깃을 향한 강한 정체성과 독창성을 가진 작품 기획이 가능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라는 장르적 코드와 10대를 중심으로 한 설정을 결합하여 국내외 시청자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는 특정 플랫폼의 이용자 분석을 기반으로 한 기획 전략의 성공 사례입니다. 두 번째는 **제작 방식과 일정의 유연성**입니다. 방송 드라마는 주 2회 방영을 전제로 촬영과 편집이 동시 병행되는 경우가 많아, 제작 환경에 무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반면 OTT용 드라마는 대부분 사전 제작을 기반으로 하며,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전체 구조를 완성한 뒤 일괄 공개하거나 일정한 간격으로 시즌별 방영합니다. 이로 인해 연출, 연기, 후반 작업의 완성도가 대폭 상승하며, 작가와 감독의 창작 안정성도 확보됩니다. 세 번째는 **국제화를 고려한 제작 시스템의 도입**입니다. OTT 플랫폼은 국경 없이 콘텐츠를 유통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언어 장벽을 넘는 영상미, 문화적 보편성, 혹은 강한 지역성으로 인한 차별화 전략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문화적 요소를 담았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보편적 질문을 던짐으로써 전 세계 시청자에게 공감과 충격을 동시에 선사하였습니다. 이는 ‘현지성(Locality)’과 ‘세계성(Globality)’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적 제작 방식의 대표 사례입니다. 또한, 드라마 형식의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 방송용 드라마가 16부작 중심이었다면, OTT에서는 6부작, 8부작, 혹은 단편 시리즈 등 다양한 포맷이 실험되고 있으며, 회차당 러닝타임 역시 유연하게 조절됩니다. 이는 콘텐츠 소비 방식의 유연성에 기초한, 플랫폼 특유의 기획 역량을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OTT 시대, 드라마는 더 자유롭고 더 전략적이다
OTT 플랫폼의 확산은 단지 유통 경로의 다변화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콘텐츠의 본질적 제작 방식, 창작자와 시청자 간의 관계, 그리고 산업 전반의 전략 구조에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드라마는 이제 하나의 작품이자 하나의 브랜드이며, 플랫폼은 단순한 중계자가 아니라 ‘콘텐츠 프로듀서’로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창작자는 방송사의 요구가 아닌, 플랫폼 이용자의 성향과 피드백을 분석하여 더 정교한 기획과 완성도 높은 제작을 목표로 합니다. 그 결과, 소재의 폭이 넓어지고 표현 수위가 다양해지며, 실험적인 연출 방식도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OTT 시대는 창작의 시대입니다. 자유로운 기획, 안정적인 제작 환경, 글로벌 유통망이라는 세 가지 조건은 콘텐츠의 진화를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앞으로의 드라마는 점점 더 플랫폼에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할 것이며, 그 중심에는 기획력과 완성도라는 본질적 가치가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