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시즌1은 2021년 공개 이후 한국 군대 내 인권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군대라는 폐쇄적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 방관, 도피와 같은 문제들을 탈영병 체포조라는 독특한 시점을 통해 다룬 이 작품은 단순한 병영물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D.P.’가 말하고자 한 본질적 메시지와 그 사회적 파장을 중심으로 시즌1을 돌아보고, 드라마가 사회에 던진 질문들을 다시 조명합니다.
‘D.P.’가 보여준 군대의 또 다른 전선, 탈영병과 남겨진 사람들
2021년 8월, 작가 김보통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드라마 ‘D.P.’는 기존의 군대 소재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시선과 감정선을 제시했습니다. 제목 ‘D.P.’는 ‘Deserter Pursuit’, 즉 **탈영병 체포조**를 의미하는 군 내부의 실재 조직명을 딴 것으로, 신병 훈련을 마친 후 헌병대로 차출된 안준호(정해인 분)가 한호열(구교환 분)과 탈영병을 쫓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드라마는 6부작이라는 짧은 구성 속에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탈영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군무 이탈’이라는 법적 문제로 끝나지 않음을, 그리고 그것이 구조적인 폭력과 무관하지 않음을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드러냅니다. 준호는 체포조 활동을 통해 다양한 탈영병을 만나며 그들의 ‘이유’를 알게 됩니다. 괴롭힘, 폭행, 외로움, 가난, 가족 문제 등. 모두가 다른 배경을 갖고 있지만 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습니다. **그 누구도, 그들을 지켜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즌1은 군대라는 조직을 단지 ‘규율이 강조된 공간’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이 금지된 공간’으로 그려냅니다. 계급에 따른 일방적인 권력 구조, 상명하복이 절대적인 문화, 내부고발의 불가능성 등은 탈영이 범죄가 아니라 마지막 수단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해 줍니다. 2025년 현재까지도 이 드라마는 군대 내 인권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인용되는 콘텐츠 중 하나이며, 시즌2까지 이어지며 그 사회적 파급력을 확인한 작품입니다.
캐릭터, 연출, 현실감—‘D.P.’가 드러낸 군대의 민낯
드라마 ‘D.P.’의 중심에는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이 있습니다. 둘은 탈영병 체포조라는 특수 임무를 맡고 있지만, 그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준호는 처음에는 무표정하고 감정을 억누르는 인물이지만, 다양한 탈영병들과의 만남을 통해 점차 인간적인 고민을 시작하게 됩니다. 한호열은 그보다 유연하고 감정 표현에 익숙한 캐릭터지만, 그 또한 군 조직 내부의 폭력을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파트너십이 아니라, 군대라는 비정상적 공간 속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연대이자 작은 저항으로 읽힙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준호는 점점 더 조직의 명령과 자기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며, 이는 군대라는 조직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드라마의 연출은 매우 현실적이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불필요한 음악이나 감정 과잉 없이, 관찰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만들며, 시청자에게 ‘이건 단지 픽션이 아니다’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탈영병 체포 장면이나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 묘사는 충격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에선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깁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회차는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한 병사가 지속적인 폭력을 견디다 결국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놀라움이 아닌 ‘이 상황은 누구나 될 수 있었다’는 불안감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무표정한 준호가 침묵 속에서 부대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를 상징적으로 마무리합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기존의 군대 드라마, 예컨대 유쾌하고 훈훈함을 강조하던 ‘징병제 미화물’과는 선을 긋는 데 성공했으며, 오히려 ‘불편함을 통해 진실을 말하는 방식’으로 큰 지지를 얻었습니다.
‘D.P.’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 그리고 콘텐츠로서의 가치
넷플릭스 ‘D.P.’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보고서입니다. 2025년 현재까지도 이 드라마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군사 조직과 인권’이라는 키워드로 인용되며, 국제 평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자국 군대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는 이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병역 문화의 이면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콘텐츠로도 기능하고 있습니다. 또한 ‘D.P.’는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 어떻게 현실을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현실의 폭력을 낭만화하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복합적인 서사를 담아내며, 공감과 통찰을 유도한 이 드라마는 블로그, 유튜브, SNS 콘텐츠로도 매우 활발히 확장되었습니다. 결국 ‘D.P.’는 한국 드라마가 단지 오락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담는 그릇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단지 군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권위에 무력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를 다시금 질문하게 됩니다. 시즌3가 제작된다면, 더 나은 조직으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담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침묵과 방관 속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만들어질까요?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것은, 준호의 마지막 발걸음처럼, **모든 것이 반복된다는 사실**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