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웃음의 방식이 변했다: 한국형 시트콤의 진화 양상

by maymoney12 2025. 6. 13.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포스터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국내 방송을 주름잡던 시트콤은 한동안 주춤하는 듯했으나, 최근 플랫폼 다변화와 소비자 니즈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형 시트콤이 시대별로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살펴보고, 현재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한국 시트콤, 그 유쾌했던 일상의 기록

한국형 시트콤은 한때 대중문화의 중심이었습니다. 짧은 에피소드 형식, 개성 강한 캐릭터, 반복되는 유머 공식은 가정마다 일상처럼 소비되는 웃음의 코드였습니다. 《순풍산부인과》,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 《거침없이 하이킥》 등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세대 간 이해와 사회 현상에 대한 풍자를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시트콤은 점점 자취를 감추기 시작합니다. 변화된 방송 포맷, 시청자의 기대치 변화, OTT 플랫폼의 부상 등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신 드라마와 예능의 경계가 흐려지고, 일상 코미디는 유튜브나 웹드라마 형태로 전이되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한국형 시트콤은 사라진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형식으로 진화한 것일까요? 지금 우리는 그 흐름을 다시 짚어봐야 할 시점에 있습니다.

 

한국 시트콤의 변화 과정과 전략적 진화

1. 고전 시트콤의 전성기: 가족 중심의 유쾌한 포맷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지상파 방송 3사를 중심으로 시트콤이 황금기를 누리던 시기였습니다. 《순풍산부인과》는 다채로운 가족 캐릭터가 벌이는 일상 소동을 중심으로, 건강한 웃음과 교훈을 동시에 전달했습니다. 당시의 시트콤은 공개 녹화 형식과 다중 카메라 시스템을 활용해 무대극과도 같은 생동감을 연출했습니다. 이 시기의 특징은 시청자와의 직접적인 정서적 연결입니다. 이야기보다는 캐릭터 중심, 상황 중심의 유머가 주를 이루었으며,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 소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2. 시트콤의 중단기: 포맷의 피로와 예능의 부상
2010년대 들어 시트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기 시작합니다. 《하이킥 시리즈》 이후 등장한 작품들이 이전의 공식을 반복하거나,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해 새로움을 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또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웃음을 주는 장르의 중심축이 예능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연출된 웃음'보다 '즉흥적이고 리얼한 반응'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시기 일부 시트콤은 로맨스와 드라마 요소를 접목하며 장르의 혼합을 시도했으나, 정체성이 흐려지며 경쟁력을 잃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3. 새로운 시도와 OTT 중심의 포맷 부활
최근 시트콤은 OTT와 유튜브 기반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셀러브리티》, 티빙의 《술꾼도시여자들》, 쿠팡플레이의 《어느 날》 등은 명확히 시트콤이라고 규정되지는 않지만, 기존 시트콤의 짧은 러닝타임, 캐릭터 중심 전개, 일상 에피소드 구조를 상당 부분 계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빠른 호흡, 반복 소비 가능한 콘텐츠에 익숙하기 때문에, 시트콤의 짧고 가벼운 포맷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B급 감성이나 설정 과장의 요소가 오히려 차별성 있는 콘텐츠로 작용하며, 기존 방송 시트콤에서 벗어난 실험적 연출이 자유롭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예: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 유튜브 기반 시리즈 《와이낫 시즌즈》 등.

 

사라진 것이 아닌, 형태를 바꾼 유산

한국 시트콤은 단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으며, 다른 장르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송 포맷의 시트콤은 줄어들었지만, 웹과 OTT를 기반으로 한 시트콤적 이야기 구조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짧고 빠른 호흡, 캐릭터 중심의 서사, 반복 가능한 유머 공식 등은 여전히 콘텐츠 산업에서 강력한 흡입력을 지닌 전략 요소입니다. 앞으로의 한국형 시트콤은 장르의 혼합과 플랫폼 다양화를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웃음'이라는 본질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