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개봉한 스릴러 영화 ‘비상선언’은 비행기 내 바이러스 테러라는 충격적인 설정을 통해 극한 상황 속 인간 군상과 국가 시스템의 대응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일부 관객 사이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고, 그 사실 여부와 배경, 영화적 재해석을 중심으로 본 글에서 자세히 살펴봅니다.
‘비상선언’, 재난의 상상력을 자극한 항공 스릴러
‘비상선언’은 2022년 개봉된 한국 영화로, 한재림 감독이 '더킹' 이후 5년만에 메가폰을 잡고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 대중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들이 출연한 재난 스릴러입니다. 영화는 인천에서 하와이로 향하는 국제선 여객기 내에서 원인 불명의 치명적 질병이 퍼지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비상사태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작품은 기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 그에 따른 승객들의 혼란과 갈등, 그리고 항공 재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시스템을 병렬적으로 전개하면서 사회적 위기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바이러스와 감염병에 대한 집단적 트라우마를 경험한 직후에 개봉되어, 관객들에게 더욱 생생하고도 현실적인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실제로 영화적 장치와 전개 방식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궁금해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과연 ‘비상선언’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일까요? 그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화 기반 여부 – 픽션이지만, 현실에 깊이 닿은 상상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비상선언’은 **실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한재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공항과 비행기라는 구조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재난 상황을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각색한 것이 아니라 **가상의 상황에 현실적인 요소를 극대화한 재난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현실의 항공 테러 사례들로부터 간접적인 영감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예컨대, 2001년 미국 9·11 테러 사건 이후 항공 보안에 대한 전 세계적 경각심이 높아졌고, 영화 속에서도 테러리스트의 기내 침투와 항공기 납치, 공중에서의 위기 상황 등은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팬데믹 이후 대두된 ‘공공 위기 대응’에 대한 논의도 이 작품에 반영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2020~2021년 당시, 바이러스 감염 경로, 국가 간 이동 통제, 백신 개발 지연, 환자 격리와 같은 문제들은 공통된 사회적 이슈였습니다. ‘비상선언’은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허구의 질병을 통해 **‘사회적 공포의 재현’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 질병이 ‘인위적으로 제작된 생물무기’라는 점입니다. 이는 과거 실제 있었던 바이오테러리즘 사건들 – 예를 들어,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탄저균 우편 테러 – 과 유사한 설정이며, ‘인간이 만든 재난’이라는 주제를 통해 **과학의 오남용과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또한, ‘하늘을 나는 폐쇄 공간’이라는 항공기의 특수성은 영화적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데 결정적입니다. 실제로 세계 항공 역사에서 기내 감염 사례는 드물지만 있었으며, 이는 영화의 ‘현실 기반 상상력’에 설득력을 더해줍니다. 예를 들어, 2003년 사스(SARS) 유행 당시 기내에서 환자 1명이 22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례가 WHO 보고서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영화 속 설정의 사실감을 높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비상선언’은 허구인가, 혹은 현실의 예고편인가
영화 ‘비상선언’은 명확히 말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허구라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허구라는 장르적 틀 안에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의 공포’를 보다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야 합니다. 감독은 가상의 질병, 가상의 범죄자, 가상의 재난을 설정하였지만, 그 전개 방식과 사회 반응 묘사는 오히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기내에서의 공포, 지상에서의 무기력, 정부 당국의 결정 지연과 국민들의 반응까지, 모두 우리가 뉴스나 현실에서 익히 보아왔던 모습들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비상선언’은 결국, 상상력을 빌려 현실을 예고하는 **시뮬레이션적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재난이 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영화는 그런 위기를 마주했을 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비상선언’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아니지만, **현실과의 접점을 정교하게 활용한 픽션**이며, 그 안에서 보여준 인간 군상과 시스템의 민낯은 관객들에게 충분한 경각심과 울림을 전해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