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영화 ‘길복순’은 킬러이자 엄마인 주인공 복순의 이중생활을 그린 액션 드라마입니다. 전도연의 파격적인 변신과 액션 연기가 화제를 모았으며, 장르적 쾌감과 감정의 깊이를 동시에 추구한 작품입니다. 본 리뷰에서는 영화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평가하며, 솔직한 감상 후기를 공유합니다.
‘살인 청부업자’와 ‘싱글맘’의 공존 – 길복순은 왜 특별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은 2023년 공개 당시, 그 독특한 설정과 전도연 배우의 과감한 연기 변신으로 국내외 시청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살인 청부업자’라는 장르적 코드에 ‘엄마’라는 서사를 결합한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단순 액션 그 이상을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감독 변성현은 기존 <불한당> 등을 통해 인물 간 심리와 폭력의 서사를 섬세하게 다룬 경험이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 액션이라는 장르적 도전에 ‘가족’이라는 감정선을 끼워 넣으며 흥미로운 균형을 시도합니다. 주인공 길복순(전도연 분)은 전설적인 청부 살인업자이자 사춘기 딸을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하나는 냉혈한의 삶, 하나는 사랑이 필요한 일상의 영역입니다. 이 극단적인 두 세계를 오가는 인물이 과연 어떤 갈등을 겪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 서사를 통해 영화는 관객에게 여러 층위의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제부터 영화 <길복순>에 대한 솔직한 감상 포인트를 장르적 측면과 감정적 측면 모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액션, 서사, 캐릭터 – ‘길복순’의 구성 요소와 감상 포인트
1. 전도연의 연기 – 액션과 감정의 완급 조절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은 바로 전도연입니다. 평소 내면 연기의 강자이자 정통 멜로, 드라마에서 활동해 온 그녀가 화려한 와이어 액션과 냉정한 킬러 캐릭터로 변신한 모습은 단순한 ‘이미지 전환’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 구현’이었습니다. 전도연이 연기한 복순은 ‘무자비한 킬러’이자 동시에 ‘사춘기 딸에게는 미안한 엄마’입니다. 이 두 얼굴은 영화 내내 충돌하지만, 전도연은 시종일관 복잡한 감정선을 안정적으로 소화합니다. 특히 액션 장면에서의 움직임은 ‘무겁고 느린’ 현실적인 스타일로, 불필요한 과장을 배제하고 치밀한 계산 하에 설계된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녀의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에도 '살아 있는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액션 장면에서도 ‘살아 있는 사람의 싸움’으로 느껴지며, 마지막 대치 장면은 단순한 긴장감을 넘어선, ‘선택의 순간’으로서 큰 감정의 파동을 만들어냅니다.
2. 여성 서사의 시도 – 다소 부족하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
<길복순>은 여성 중심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한국 영화계에서는 드문 시도입니다. 특히 ‘엄마’라는 역할과 ‘킬러’라는 역할이 동시에 한 인물에게 주어졌다는 점은 기존 남성 중심 액션 영화와는 다른 정서와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복순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지만, 그 싸움의 방식은 자본화된 ‘킬러 시장’의 룰을 따릅니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윤리적 기준을 지키려는 복순의 내면은, 기존 여성 캐릭터들이 소비되던 방식과 확연히 다릅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 전개가 다소 급해지고, ‘엄마와 딸’의 감정선에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딸 길재영(김시아 분)의 정체성 문제, 엄마를 바라보는 감정 변화 등이 더 설득력 있게 다뤄졌다면, 감정적 완성도는 훨씬 높아졌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주체적으로 액션과 선택의 중심에 선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는 장르적 확장을 위한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3.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설정 – 현실과 판타지 사이
<길복순>은 현실 기반의 설정과 판타지적 요소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액션 장르입니다. 예를 들어, 'M.K'라는 킬러 에이전시의 존재, 점수제로 관리되는 살인 청부 계약 구조, 그리고 ‘킬러 업계’의 윤리와 정치 같은 설정은 매우 독창적이지만 동시에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이 설정은 <존 윅> 시리즈를 연상케 하지만, 보다 한국적인 정서와 조직 문화를 반영하려는 시도가 엿보입니다. 다만 이 설정들이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보기에는 서사적 개연성이 부족한 장면들도 존재합니다. 예컨대, 조직 내부의 갈등이나 인물 간의 정치 싸움이 복순의 감정선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단지 ‘외부 위협’으로만 기능한다는 점은 이야기의 밀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한 음악과 어둡고 세련된 색감, 빠르지 않지만 묵직한 카메라 워크 등 연출적인 완성도는 높아, 시청 내내 시선을 붙잡습니다.
4. 긴장과 감정의 완급 – 치밀한 연출과 편집
‘길복순’은 액션과 감정을 조화롭게 배치하려는 시도가 여러 지점에서 엿보입니다. 살인 장면 다음에 일상 장면을 배치하거나, 감정적인 갈등 후에 킬러의 전투가 이어지는 식으로 서사의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특히 후반부, 복순이 결국 ‘하나의 선택’을 내리기까지의 흐름은 그동안 쌓아온 갈등과 충돌의 정점으로 설득력을 갖춥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복수극’이나 ‘액션물’이 아니라 ‘정체성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 그 클라이맥스를 통해 분명해집니다.
‘길복순’의 의미 – 한국 액션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
<길복순>은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액션의 리듬이 일정하지 않고, 감정선의 밀도가 고르지 않으며, 설정의 현실성과 서사의 개연성 간에도 간극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단점을 상쇄할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존재감, 그리고 그를 통해 구현된 ‘살아 있는 여성 캐릭터’는 단순히 액션 장르의 소모적 영웅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선택, 모순을 끌어안는 깊이를 보여줍니다. 넷플릭스 플랫폼이라는 전 세계적인 채널을 통해, 이 영화는 한국 액션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여성 중심 서사의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길복순이라는 캐릭터가 다시 등장할 날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영화는 말합니다. “강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진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