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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 영화 촬영지의 지역화 전략

by maymoney12 2025. 6. 12.

영화 반지의 제왕 뉴질랜드 호빗 마을 사진

영화 촬영지는 더 이상 일시적인 세트장이 아닙니다. 콘텐츠가 남긴 장소는 지역의 정체성을 바꾸고, 관광과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됩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가 지나간 장소가 어떻게 지역 브랜딩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지역이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재창출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카메라가 머문 그곳, 지역이 살아난다

영화는 스크린 안의 예술이자 상상입니다. 하지만 그 상상이 실현되는 물리적 공간인 '촬영지'는 현실 속에 남아 지역과 사람, 문화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콘텐츠 소비 방식이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관객은 단순히 영화 감상에 그치지 않고 영화 속 공간을 실제로 ‘경험하고 싶어’합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 촬영지는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지역의 자산이자 문화 브랜드로 기능하게 됩니다. 지방 소도시, 자연 풍경, 오래된 골목길 등은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그 자체로 스토리가 되고, 사람들을 끌어모읍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역화 전략'이 필요해집니다.

 

촬영지를 지역 브랜딩으로 연결하는 전략

1. 스토리텔링 기반의 관광 자원화
가장 일반적인 전략은 촬영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스토리를 활용하여 관광 상품화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봄날은 간다》(2001)의 주요 배경지였던 강릉 주문진은 영화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장소로 유명해졌으며, ‘허브향 가득한 다방’, ‘라디오 녹음실 체험 공간’ 등이 지역 관광 자원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촬영지 안내를 넘어서,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장소를 ‘경험’하도록 유도하여 높은 몰입과 감성적 체류를 유도합니다.

2. 지역 고유성 + 콘텐츠 연계 기획
촬영지를 브랜딩 할 때 중요한 점은 지역의 고유성과 콘텐츠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엮는 것입니다. 《기생충》(2019)의 주요 촬영지인 자하문 터널 인근 계단길은 영화의 주제인 계층 간의 단절을 공간으로 상징화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지역 재생 프로젝트와 연계해 관람객 동선 정비, 안내판 설치, 주민 협력형 관광 가이드 도입 등으로 확장시켰습니다. 단순한 장소 제공이 아닌, 콘텐츠와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전략화한 사례입니다.

3. 지속 가능한 ‘브랜드 명소화’ 전략
일회성 관광 유입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콘텐츠 중심의 ‘명소화’ 전략이 필수입니다. 전주 한옥마을은 《왕의 남자》(2005) 이후 꾸준히 역사 콘텐츠와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드라마 촬영지로도 활용되며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왔습니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촬영지 방문객을 위한 AR 콘텐츠, 테마 투어, 지역 축제와 연계한 마케팅을 통해 관광 수명을 연장하고, 지역민 참여형 콘텐츠 생산을 독려하여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4. 글로벌 확장 전략
넷플릭스, 디즈니+ 등의 글로벌 OTT 작품 촬영지 역시 해외 팬들의 성지 순례 장소가 되면서, 한국 지역 콘텐츠의 세계화에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스위트홈》, 《D.P.》, 《킹덤》 등의 주요 장면이 촬영된 지방 세트장이나 폐교는 팬 투어 코스로 구성되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전략은 단순한 지역 관광을 넘어 ‘K-콘텐츠 성지화’라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며, 영화와 드라마가 지역의 문화적 외교 수단이 되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장소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나면 스크린은 암전되지만, 촬영지는 그 순간부터 지역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콘텐츠의 감동과 기억이 머문 장소는 지역 브랜딩의 강력한 자원이 되며, 사람과 자본, 문화가 모이는 거점으로 변모합니다. 성공적인 지역화 전략은 단지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콘텐츠와 함께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로 확장하는 일입니다. 영화 한 편이 그 지역의 얼굴을 바꾸고, 이름을 알리고, 지역민의 삶을 바꾸는 시대. 이제 영화 촬영지는 단지 무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스토리텔링 공간이자 지역 브랜드의 미래 자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