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시장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서사의 중심에 서며 더욱 입체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해외의 작품 중, 여성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활약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이끄는 드라마 5편을 선정하여 그 매력과 후기, 의미를 살펴봅니다.
여성이 이야기의 중심에 설 때 – 새로운 드라마의 탄생
드라마는 시대의 거울입니다. 이전까지는 남성 중심의 영웅 서사나 사랑의 대상 혹은 조력자로 소비되었던 여성 캐릭터들이, 이제는 주도적으로 서사를 이끌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선택으로 이야기를 바꿔갑니다. ‘여성 주인공 중심 드라마’는 단지 주인공의 성별이 여성이란 의미를 넘어서, 그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 성장, 사회적 억압, 혹은 일상의 용기를 사실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과 해외에서 주목받은 여성 주인공 중심 드라마 5편을 선정하여 그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와 관객에게 남긴 인상 깊은 순간들을 되짚어봅니다.
1. <서른, 아홉> – 나이를 돌아보는 세 여성의 우정과 인생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은 서른아홉이라는 인생의 기로에 선 세 여성의 우정과 인생을 진지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차미조(손예진 분), 정찬영(전미도 분), 장주희(김지현 분)는 각자 직업도, 환경도 다르지만 서로를 통해 삶을 견뎌온 친구들입니다.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삶의 흐름과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다층적인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가족, 연애, 죽음, 이별 등 일상의 모든 요소들이 진정성 있게 풀어집니다. 여성 캐릭터들의 진심 어린 대사, 세대를 아우르는 감정의 공유가 강한 울림을 남깁니다.
2. <킬링 이브 (Killing Eve)> – 집착, 긴장, 매혹의 여성 첩보 스릴러
BBC America의 대표작 <킬링 이브>는 정보국 요원 이브(산드라 오 분)와 천재적인 여성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 분)의 쫓고 쫓기는 관계를 그린 스릴러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범죄 추적극이 아니라, 이 두 여성의 복잡한 심리전과 서로에 대한 매혹, 집착, 갈등이 서사를 끌고 갑니다. 기존의 남성 중심 첩보물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장르의 새로움을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이브와 빌라넬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서사의 주도권을 쥔 대표적 사례입니다.
3. <김씨네 편의점> – 일상의 유쾌함과 여성의 선택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캐나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은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일상을 중심으로, 딸 자넷(앤드레아 방)의 자기 정체성 확립과 독립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넷은 사진을 전공하며 보수적인 아버지와의 갈등,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찾습니다. 그녀는 전형적인 ‘효녀’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통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이 드라마는 유쾌한 웃음 속에서도 여성이 사회적 틀을 깨고 나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현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4. <인간실격> – 무너진 자존감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
JTBC 드라마 <인간실격>은 중년 여성 부정(전도연 분)의 감정적 붕괴와 내면의 공허함을 다룬 작품입니다.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아무것도 되지 못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감정적입니다. 부정은 단순한 피해자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며, 작은 선택들을 통해 다시 살아보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의 흔들림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옵니다. 이 작품은 여성의 내면을 가장 정직하게 그려낸 현대 한국 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5. <브리저튼> – 시대극 속 새로운 여성 서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속에서 여성 주인공 다프네(피비 디네버 분)의 결혼, 사랑, 자아 찾기를 통해 현대적인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냅니다. 다프네는 단지 아름다운 귀족 영애가 아니라,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성적 주체성까지 고민하는 당당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 외 다른 여성 캐릭터들도 각자 삶의 주체로 등장하며 로맨스 이상의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전통적인 배경 속에서 현대적 시선을 녹여낸 대표적 페미니즘 드라마로 평가됩니다.
여성이 주도할 때, 드라마는 더 진해진다
여성 주인공 중심 드라마들은 그 자체로 다양성과 균형을 확장해 나갑니다. 이제 여성은 누군가의 곁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에 서서 자신의 목소리와 선택으로 드라마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개인적으론 <인간실격>을 가장 추천하는데 인생을 살면서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라고 하는 이부정(전도연 분)과 '아무것도 못될 것 같다'는 이강재(류준열 분)의 드라마로 최선을 다해 빛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좀 무겁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백하게 풀어낸 수작이라 생각 됩니다. 이런 드라마들은 단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의 폭을 넓히는 진정한 서사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중심 작품들이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를 전해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