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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영화 ‘허스토리’ 진실 – 여성들의 싸움이 만든 역사

by maymoney12 2025. 6. 28.

영화 허스토리 포스터
영화 허스토리

2018년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는 1990년대 일본을 상대로 벌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특히 ‘시모노세키 재판’을 중심으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과 법정 투쟁을 그려내며, 역사적 사실과 예술적 해석의 경계를 절묘하게 담아냅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와 실제 사건의 비교, 인물 고증,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허스토리’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 살펴봅니다.

역사를 바꾼 건 그들의 기억이었다

2018년 공개된 영화 <허스토리>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닌, 한 시대의 억눌린 기억을 끌어올리는 고발극이자 감정의 기록입니다. 이 작품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실제로 진행된 ‘시모노세키 재판’을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그들을 지지한 시민들의 법정 투쟁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실제 사건은 부산 지역의 여성들과 시민 단체가 주도한 위안부 관련 첫 민사소송으로, 당시로선 거의 불가능한 도전으로 여겨졌던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국제 재판’을 시도한 역사적 사례였습니다. <허스토리>는 이 재판의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희생자 개인의 고통과 사회적 연대를 감정적으로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그러나, 과연 이 영화는 실제 사건에 얼마나 근접했을까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1) 영화의 줄거리와 실제 사건의 비교, 2) 인물 고증의 정확도, 3) 역사적 메시지와 예술적 해석의 균형 이 세 가지 측면에서 <허스토리>를 분석합니다.

1. ‘시모노세키 재판’과 영화 속 법정의 일치성

<허스토리>의 중심 서사는 1992년부터 6년간 일본 시모노세키 지방 재판소에서 실제로 벌어진 위안부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과정을 토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피해자 10여 명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는 한국 사회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영화는 재판이 진행된 일본 현지의 사회적 분위기, 보수 언론의 냉소적 반응, 피해자들의 증언에 대한 일본 재판부의 태도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가령, 증언 당시 법정에서 울음을 참으며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피해자들의 장면은 실제 재판 기록과 거의 일치할 만큼의 고증을 보여줍니다. 또한 재판부의 판결이 “법적으로는 책임을 인정할 수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깊이 유감스럽다”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결론 역시 실제 시모노세키 재판에서 있었던 판결문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따릅니다. 이러한 사실 기반의 서사 전개는 <허스토리>가 ‘영화적 상상력’보다 ‘역사적 재현’에 방점을 둔 작품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2. 인물 고증 – 실명은 가명으로 바뀌었지만 진심은 그대로

영화 속 주인공 문정숙(김희애 분)은 실제로는 당시 ‘부산 여성회’에서 활동했던 윤정옥 교수와 여성운동가들을 복합적으로 재구성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극 중에서 관광회사 대표로 등장하지만, 실제 인물은 학자이자 운동가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연대에 힘쓴 인물입니다. 피해자들을 연기한 배우들 역시 실존 인물과 외형은 다르지만, 그들의 감정, 말투, 증언의 뉘앙스는 철저히 조사와 인터뷰를 거쳐 재현된 것입니다. 특히 배우 김해숙이 연기한 배정길 할머니는 실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종합하여 구성된 캐릭터로, 그녀의 눈물 어린 법정 증언 장면은 실제로도 시모노세키 법정에서 수많은 일본 시민들을 울렸다는 기록과 겹칩니다. 또한 일본 측 변호사, 재판장, 일본 시민단체의 역할도 단순한 적대 관계로 그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복합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다뤘습니다. 이는 단순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을 넘어서 역사 속 개인들의 입장과 내면을 조명한 섬세한 접근입니다. 실명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인물의 진실이 왜곡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명을 통해 더 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포괄하고자 한 영화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3. 기억을 넘어 기록이 된 영화 – 예술적 해석과 역사적 무게의 균형

<허스토리>가 단지 ‘실화 영화’로서 성공한 이유는 기록을 재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기록을 감정적으로 확장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거나 극적인 전환점을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침묵 속에서 일어선 피해자들의 인간적 용기와 그들을 지탱한 연대의 힘을 조명합니다. 또한 극 중 재판이라는 구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반복되지만, 매 재판마다 감정의 무게와 진술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기억의 층위”를 누적시키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잊히지 않는 감정을 안깁니다. 감독 민규동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피해자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지금도 여전히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허스토리>가 단순한 ‘과거의 정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역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영화는 기록되지 못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신 써 내려간 역사서이며, 그들의 싸움은 단 한순간도 허상이 아니었습니다.

‘허스토리’는 허구가 아닌 그녀들의 역사입니다

<허스토리>는 영화적 장르를 빌렸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감정은 철저히 사실에 기반합니다. 실제 재판 과정, 피해자들의 진술, 그리고 시민단체의 연대와 희생은 영화 속 이야기보다 더 강한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영화는 인물의 이름을 바꾸고, 일부 사건을 재구성했지만, 그 본질은 단 한 줄의 왜곡도 없이 그녀들의 ‘증언’을 영화라는 언어로 풀어낸 것입니다. <강요된 침묵을 깬 것은 법이 아니라 기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허스토리>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허스토리’는 단지 영화를 넘어서 지워졌던 이름들과 말하지 못했던 고통을 비로소 세상에 들려준 역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