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스릴러 드라마 ‘마우스’는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진 인물이 ‘정의로운 형사’로 등장하며, 도덕적 질문과 충격적 반전을 반복해 나가는 작품입니다. 시청자에게 ‘악은 유전되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한 편의 심리 실험처럼 전개되는 이 드라마는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강렬한 테마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악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 ‘마우스’가 건넨 날카로운 질문
tvN 드라마 <마우스>는 처음부터 단순한 스릴러물과는 거리가 있는 철학적이고 실험적인 구조를 가진 작품입니다.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진 자는 미래의 살인자인가?'라는 논쟁적인 전제에서 출발한 이 드라마는 선과 악의 개념을 유전자, 환경, 인간의 선택이라는 복합적 요소로 재구성합니다. 주인공 정바름(이승기 분)은 평범한 동네 순경으로 시작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그의 존재 자체가 이야기의 중심축을 뒤흔들게 됩니다. 드라마 초반에는 ‘선한 얼굴의 정의로운 경찰’로 그려졌지만, 중반 이후 그는 상상도 못 했던 반전의 실체를 드러내며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안깁니다. ‘마우스’는 단순히 살인자의 정체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도덕적 모호성의 끝을 보여줍니다.
1. 예측불가한 반전 – 선과 악이 뒤섞인 정바름의 서사
드라마의 핵심은 주인공 정바름의 변화에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 평범하고 순박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아이를 좋아하고, 사람을 걱정할 줄 아는 착하고 열정적인 순경입니다. 하지만 그는 곧 ‘악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인물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이 드러나며 이야기가 완전히 뒤집힙니다. 더 나아가, 정바름은 단순히 유전자 탓에 악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정당화하려고 하며 복잡한 심리 상태를 보여줍니다. 이 점에서 ‘마우스’는 선과 악의 기준이 얼마나 불확실한가를 조명합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반전은 바로 '악의 얼굴이 선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바름은 얼굴은 따뜻하지만 내면에는 사이코패스적 본성이 깃들어 있으며, 그가 언제 누구를 해칠지 모르는 공포를 안겨줍니다. 이런 서사는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나는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2. 윤리적 딜레마 – 사이코패스 유전자, 예방할 수 있는가?
‘마우스’는 유전학과 범죄심리학이라는 복잡한 테마를 드라마에 적극적으로 끌어옵니다. 극 중에서는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미리 가려내 제거할 수 있는가?'라는 극단적인 정책이 논의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충돌이 서사의 중심에 있습니다. 유전자 정보만으로 인간의 미래를 판단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유전자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을 없애는 것이 정당한가? 이 질문은 드라마 속 세계를 넘어서 현실의 과학기술 윤리에도 접점을 갖습니다. 드라마는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지를 명확히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 인물의 입장을 따라가며 시청자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는 구조를 취합니다. 이는 '악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인류가 오래도록 탐구해 온 질문에 대한 드라마적 접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마우스’는 범죄물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윤리학, 생물학, 심리학을 넘나드는 복합장르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 연출과 연기 – 심리적 밀도를 높인 구성과 배우들의 몰입도
이 드라마의 강렬한 몰입감은 단지 서사에만 있지 않습니다. 디테일한 연출, 속도 조절이 뛰어난 편집, 무겁지만 설득력 있는 대사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지탱합니다. 이승기는 ‘정바름’이라는 다층적인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그의 표정 변화, 말투, 눈빛은 ‘착한 사람’과 ‘악한 존재’ 사이의 간극을 위태롭게 오가며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또한 고무치 형사(이희준 분)는 정의감에 불타는 동시에 끊임없는 자책과 죄책감을 안고 있는 인물로, 정바름과의 관계에서 서사적 대비를 이룹니다. 그 외 캐릭터들도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윤리적 고민과 결정을 보여주며 드라마의 깊이를 더합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정바름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나면서 시청자는 단순한 긴장을 넘어 정신적 충격과 감정적 혼란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우스’는 ‘범인이 누굴까’라는 전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이 사람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가’라는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전환합니다.
악은 얼굴을 바꾼다 – ‘마우스’가 남긴 충격과 숙제
<마우스>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선과 악의 개념이 얼마나 유동적인지,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끝없이 되묻게 합니다. 유전자, 환경, 기억, 선택. 이 모든 것이 뒤엉킨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드라마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나아갑니다. 개인적으론 마지막 회에 결국 낙태법안이 통과되며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여론몰이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현 사회를 풍자한 수작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입니다. 결국 ‘마우스’는 질문합니다. “당신은, 유전적으로 악한 사람을 미리 제거할 수 있다고 믿습니까?” 그리고 그 질문은,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