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철인왕후’는 현대 남성의 영혼이 조선시대 왕비의 몸에 들어가는 코믹 판타지 사극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동시에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본문에서는 드라마의 설정, 서사적 특징, 역사적 쟁점, 그리고 시청자로서 느낀 감상을 바탕으로 ‘철인왕후’를 재조명합니다.
웃음으로 포장된 사극, 그 이면의 논란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방영된 tvN 사극 <철인왕후>는 “현대의 남성 셰프 영혼이 조선시대 왕비의 몸에 들어간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시작된 판타지 코미디 드라마였습니다. 초반부터 유쾌한 전개와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로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방영 중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며 대중적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중국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면서도 조선시대 실존 인물들을 극에 등장시켰고, 그 과정에서 역사 인물에 대한 부적절한 묘사와 왜곡된 서사 전개가 지적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방영 중단 청원까지 이어졌으며, 드라마 속 유쾌함이 가진 이면의 무게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1) 드라마의 설정과 감상 요소, 2) 논란의 쟁점이 된 역사 왜곡 내용,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은 이유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철인왕후>를 다시 바라보고자 합니다.
1. 파격적 설정과 웃음 – 캐릭터의 반전 매력
<철인왕후>는 기본적으로 타임슬립 판타지와 코믹 장르가 결합된 드라마입니다. 현대의 자유분방한 셰프 장봉환(최진혁 분)의 영혼이 조선시대 철종의 왕비인 김소용(신혜선 분) 몸에 깃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설정은 허구이며 현실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전제이지만, 그렇기에 캐릭터의 변화와 갈등이 더욱 극적으로 펼쳐졌습니다. 특히 신혜선은 한 인물 안에 두 가지 정체성을 지닌 복합적인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했고, 김정현이 연기한 철종 역시 초반의 무기력한 군주에서 서서히 정치적 감각을 드러내는 인물로 성장하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개그 요소와 현대식 언어를 적극 차용한 대사는 사극 특유의 무게를 덜고 젊은 시청자층의 호응을 이끌었습니다. 요리, 연애, 궁중 암투까지 복합장르의 재미가 더해지며 각 에피소드마다 예측불허의 전개가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사극에서 보기 어려웠던 속도감 있는 편집, 과장된 몸짓 연기, 패러디 요소는 드라마를 ‘가볍고 웃기지만 통찰력 있는 콘텐츠’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2. 역사 왜곡 논란 – 웃음의 경계를 넘은 불편함
드라마의 인기와는 별개로 방영 직후부터 역사 왜곡 논란은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그 핵심은 실존 인물에 대한 부적절한 묘사였습니다. 첫째, 드라마의 원작이 중국 웹소설이라는 점에서 ‘중국 중심의 시각’이 한국사의 해석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원작자가 과거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원작 배경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둘째, 조선의 왕실 인물들을 희화화하고 풍자 대상으로 삼은 점도 논란의 중심이었습니다. 특히 철종, 순원왕후, 김좌근 등 실존 인물들이 극 중에서 허술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며 ‘실제 역사 인물에 대한 모욕’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셋째, 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다루는 방식이 현대적 가치관으로 단순화되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전통적 가부장제와 궁중 여성의 삶을 페미니즘 시각에서 해석하는 시도는 의미 있었지만, 때로는 현실을 지나치게 희화화하며 ‘조선=후진적 제도’라는 인상을 고착시켰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논란은 단순한 콘텐츠 평가를 넘어서 ‘대중문화와 역사 해석의 경계’라는 복잡한 주제를 대중적으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논란 속 흥행 – 콘텐츠의 힘인가, 시대의 변화인가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철인왕후>는 최고 시청률 17.3%를 기록하며 tvN 사극 중 손꼽히는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대중이 논란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힘과 드라마가 말하고자 한 현대적 가치들이 시청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는 픽션이며, 현대인의 사고방식을 빌려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장르”로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여성 중심 서사, 왕비의 주체적 변화와 연대, 권력 구조의 비틀기 등은 기존 사극과 다른 접근으로 신선함을 줬습니다. 물론 제작진은 논란에 대해 “실존 인물의 왜곡은 없도록 주의했다”라고 해명했고, 초반부 이후로는 역사적 인물의 실제 설정보다는 가상의 이야기 전개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철인왕후>는 ‘팩트 기반의 사극’이 아니라 ‘창작 기반의 팩션 사극’으로서 대중성과 논란을 동시에 품은 작품으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논란은 콘텐츠가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 질문으로 남았습니다.
웃음과 상상력의 경계에서 역사와 마주하다
<철인왕후>는 독특한 설정과 뛰어난 연기, 과감한 유머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동시에 실존 인물과 역사 서사를 다룰 때 그 표현 방식이 얼마나 민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문화 콘텐츠가 가진 책임의 무게를 일깨워주었습니다. 비록 논란은 있었지만, 그로 인해 역사 교육, 표현의 자유, 콘텐츠 윤리에 대한 공론의 장이 열린 점은 긍정적인 사회적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철인왕후’는 단지 한 편의 판타지 사극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역사와 콘텐츠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거울 같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