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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 , 외모 강박과 자기 정체성 사이의 비극

by maymoney12 2025. 6. 18.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메인 포스터

‘마스크걸’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외모 중심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통과,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만들어낸 파국을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주인공 김모미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마주한 세상은 타인이 만든 지옥이자 스스로 빠져든 함정입니다. 본 리뷰에서는 이 드라마가 던지는 정체성과 외모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마스크걸’이 보여준 진짜 얼굴은 누구의 것인가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은 공개 직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첫 회부터 어두운 색감, 무겁고 묘한 음악, 그리고 주인공의 복잡한 독백은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보여지는 것’과 ‘보이고 싶은 것’ 사이의 괴리를 중심에 둔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그 괴리는 주인공 김모미라는 인물을 통해 극단적으로 증폭됩니다. 김모미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어릴 적부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왔고, 사람들의 시선은 늘 상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무대에 서는 것을 꿈꿨습니다. 자신이 진짜라고 느낄 수 있는 공간, 인정받는 자리, 사랑받을 수 있는 무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밤마다 ‘마스크걸’이라는 이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인터넷 방송을 하며 살아갑니다. 이 설정 자체가 이미 상징적입니다. 얼굴을 가려야만 무대에 설 수 있었던 여자. 말하자면, **사회가 그녀에게 부여한 얼굴은 자격이 없었고, 그녀가 인정받기 위해 선택한 얼굴은 가짜였습니다**. 이 비틀린 정체성 속에서 김모미는 조금씩 무너지고, 결국 끔찍한 사건 속에 자신을 밀어 넣게 됩니다. 시리즈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그녀가 어떻게 한 사람의 삶에서 세 사람의 얼굴을 갖게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충격적인 장치는 바로 **한 인물을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한다는 점입니다. 이 결정은 단순히 ‘성형’이라는 설정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각각의 김모미는 전혀 다른 존재처럼 보이지만, 내면의 외로움과 파괴성은 이어져 있습니다. 즉, **얼굴은 바뀌었지만, 본질은 그대로인 사람**이라는 것이죠.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외모 강박, 사회적 평가, 자기애와 혐오가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나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파국, ‘마스크걸’의 구조적 비극

‘마스크걸’의 김모미는 그 자체로 현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심리적, 사회적 압박을 집약한 인물입니다. 그녀의 자존감은 극도로 낮고,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항상 타인의 기준을 통해 왜곡되어 있습니다. “예쁘지 않아서 무대에 설 수 없다”는 믿음은 단순한 콤플렉스가 아닌, 그녀의 행동과 선택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심리 상태는 그녀를 점점 파괴적인 방향으로 몰고 갑니다. 낮에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지만, 밤에는 마스크를 쓰고 ‘방송인’으로 존재하며, 그 둘 사이의 정체성 충돌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극 중 그녀는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 그 모든 행위의 뿌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현실’입니다. 드라마는 김모미의 행동을 옹호하지도, 일방적으로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무엇이 그녀를 그리 몰아붙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사건의 재구성이나 감정의 과잉이 아닌, **심리적 설득력을 기반으로 한 연출** 덕분입니다. 극 중 또 하나 중요한 인물은 주오남입니다. 김모미의 회사 동료로, 사회에서 배제된 인물이며, 어머니의 지나친 통제로 인해 비뚤어진 애정 욕망을 가지게 된 인물입니다. 그는 김모미에게 집착하고, 그것이 범죄로 이어지며, 극 전체의 긴장감을 높이는 핵심 축으로 기능합니다. 이 인물은 비정상적인 사회 구조, 모성의 왜곡, 남성의 피해의식 등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으며, 단순한 ‘악역’ 이상입니다. 주오남의 어머니 역시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아들의 폭력성과 집착을 외면하며, 그가 ‘불쌍한 아이’라는 환상 속에 살아갑니다. 그녀는 가해자의 보호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들의 현실을 직면하지 못하는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 이처럼 '마스크걸'은 각 인물들이 모두 구조 속에서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다층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여성의 추락기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누가 이 인물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어떤 시선이, 어떤 기대가, 어떤 침묵이 그녀를 그리 만들었는가?”를 끊임없이 묻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진짜 마스크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는가

‘마스크걸’은 보는 내내 불편하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무겁습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꼭 필요한 감정입니다. 이 드라마는 외모 중심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파괴하게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얼굴을 바꾸고, 이름을 숨기고, 삶을 지워도 결국 남는 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김모미는 가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하며, 가장 솔직하게 자기 욕망을 드러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녀를 연기한 배우 이한별, 나나, 고현정은 각기 다른 시점에서 그녀의 감정을 완벽히 표현했고, 시청자는 그 변화를 통해 하나의 인간이 어떻게 변형되어 가는지를 경험하게 됩니다. 2025년 현재, 시즌2 제작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시즌1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완결된 서사를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그 마스크가 언젠가 나를 지워버리는 건 아닐까? ‘마스크걸’은 그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고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누구를 바라보며,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