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청춘시대’ 시리즈는 다섯 명의 여성 청춘들이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감정과 사건을 담담하고도 사실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각각 다른 상처와 욕망, 사랑과 갈등을 지닌 이들이 ‘공존’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체감해 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필자는 두 시즌에 걸친 인물 서사와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이 드라마가 한국 청춘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어떻게 열었는지를 알아봅니다.
하나의 집, 다섯 개의 청춘 – 셰어하우스가 품은 감정의 스펙트럼
드라마 ‘청춘시대’는 2016년 시즌 1을 시작으로, 2017년 시즌 2까지 방영된 JTBC의 청춘 드라마입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하우스메이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다섯 여성 캐릭터들이 한 지붕 아래 살아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부딪히고, 결국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은 ‘벨에포크’라는 셰어하우스입니다.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은 윤진명(한예리 분), 정예은(한승연 분), 송지원(박은빈 분), 강이나(류화영 분), 유은재(박혜수 분) 다섯 명입니다. 이들은 외모, 성격, 연애관, 가족사, 학력, 경제 수준까지 모두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아픔을 목격하고, 때로는 갈등하며 살아가는 그 시간들이 어느새 이들을 진정한 ‘공존’의 대상으로 변화시킵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과장되지 않은 리얼함입니다.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통속적인 삼각관계나 막장 설정도 없습니다. 오히려 캠퍼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민들 –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 불안정한 연애, 가정 폭력의 그림자, 성희롱 문제, 정신적 트라우마 등 – 이 현실적으로 다뤄지며, 마치 내 친구 혹은 내 이야기를 보는 듯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여성 중심 서사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사회 구조 속에서 청년 여성들이 겪는 감정과 위기들을 세심하게 조명합니다. 그 결과 ‘청춘시대’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당대 청춘들의 집단 자화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게 됩니다.
다섯 청춘의 진짜 이야기 – 각 인물에 깃든 상처와 성장
‘청춘시대’ 시리즈의 진짜 힘은 등장인물 개개인의 서사에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다섯 명의 주인공이 모두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누가 중심이라고 할 수 없이, 각자의 시선과 시점에서 에피소드가 흘러가며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모든 인물에게 애정을 갖게 됩니다. 윤진명은 이성적이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인물입니다. 첫인상은 냉정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성격이지만, 실은 어릴 적부터 가족 부양을 떠맡으며 자라온 책임감의 산물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자립과 생존에 대한 무게, 그리고 진정한 연애에 대한 갈망을 조명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정예은은 로맨스를 꿈꾸는 전형적인 감성적 인물처럼 보이지만, 데이트 폭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예은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과 통제를 강요받는 상황 속에서 자신을 되찾기 위한 용기를 내는 과정을 통해, ‘연애’라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송지원은 작품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는 인물로, 유쾌하고 거침없는 성격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그녀의 말투와 태도 뒤에 감춰진 깊은 결핍과 트라우마가 드러나며, 단순한 조연 이상의 무게감을 가집니다. 지원은 ‘웃음 뒤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가장 명확하게 전달하는 캐릭터입니다. 강이나는 외모를 무기 삼아 삶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그녀 또한 가족에게 외면받은 아픔, 존재의 불안정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나를 통해 ‘여성성’과 ‘존재 가치’에 대한 사회의 이중 잣대를 직면하게 됩니다. 유은재는 가장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인물로, 특히 시즌 1에서는 주변 인물들의 변화에 영향을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그녀는 심리적 불안정과 과거의 기억에 갇혀 있지만, 시즌 2에 이르러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며 ‘진짜 나’를 찾아가는 인물로 변화합니다. 이러한 각 인물의 에피소드는 단순히 개별 스토리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섯 명이 함께 겪는 사소한 일상 – 밤새 나눈 고민, 누군가의 생일, 전 남자친구와의 충돌, 자취방 청소, 아르바이트 끝나고 돌아온 새벽의 피곤함 –이라는 배경 안에서 더욱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시청자의 감정이 하나하나 따라붙게 만듭니다. 드라마는 캐릭터들의 감정을 지나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하지 못한 감정, 아무도 몰래 흘리는 눈물, 그리고 때로는 말없이 건네는 손길 같은 ‘묘한 틈’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그려냅니다.
청춘은 늘 복잡하고, 그래서 아름답다
‘청춘시대’는 오락성과 현실성, 드라마성과 다큐멘터리적 감정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드라마입니다. 겉보기엔 소소한 청춘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에는 불안정한 정체성, 사회로부터의 소외, 가족과 사랑, 상처와 회복이라는 굵직한 주제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누구나 불안하고, 완전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같은 집에 산다는 것’이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나눠주는 과정임을 드라마는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2025년 현재, 이 드라마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공감 간다”, “그 시절의 내 감정과 너무 닮아 있다”, “다섯 명 모두 나의 모습 같다”는 반응은 그 진정성과 여운을 증명합니다. 넷플릭스와 OTT 플랫폼에서 ‘재발견된 명작’으로 소개되며, 새로운 세대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결국 ‘청춘시대’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 말은 지금도, 청춘의 시간 속을 걷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