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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옥’ , 심판의 공포가 드러낸 인간 본성의 민낯

by maymoney12 2025. 6. 18.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시즌 1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초자연적 심판이라는 파격적 설정을 통해 인간이 공포를 마주했을 때 보이는 집단 심리, 종교적 맹신, 사회 구조의 왜곡 등을 집요하게 조명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현실의 은유로 기능하는 이 드라마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지닌 윤리적 균열과 도덕적 한계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 제기를 담고 있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지옥’이 제기하는 인간 본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중심으로 그 서사 구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옥’이 시작하는 지점, 설명되지 않는 공포

‘지옥’은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로,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공동 기획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초자연적 존재들이 등장하여 사람들에게 ‘지옥행’을 선고하고, 예고된 시각에 나타나 그들을 무자비하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현상에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정작 드라마는 그 이후에 벌어지는 사회적 반응에 초점을 맞추며 강력한 현실성을 획득합니다. 작중 세계에서는 이 불가해한 사건을 두고 대중의 해석과 반응이 급속히 확산됩니다. 그 중심에는 ‘새진리회’라는 신흥 종교가 있으며, 이들은 해당 현상이 ‘신의 심판’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빠르게 세력을 넓혀갑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상황을 통해,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공포에 직면했을 때 무엇을 믿고자 하는지를 날카롭게 묘사합니다. 시청자는 곧 알게 됩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그러한 현상에 반응하는 인간들의 선택과 군중의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옥’은 공포와 불안이 확신으로, 그리고 확신이 배제와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치밀하게 구성하며, 그 속에서 인간 본연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그리고 체제화된 믿음

‘지옥’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주제는 바로 인간이 집단적으로 믿음을 형성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위기입니다. 새진리회는 신의 이름을 빌어 지옥행 선고를 정당화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권위를 획득합니다. 그들은 ‘심판을 받는 자는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통해 대중을 설득하고, 결국 다수의 사람들이 그 논리를 받아들이기에 이릅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죄의 정의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극 중 심판을 받은 인물들 중에는 사회적 비행과 무관한 평범한 이들도 존재하며, 이러한 사실은 새진리회의 논리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는 위협이 됩니다. 그러나 대중은 이러한 모순을 받아들이기보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기존의 믿음을 고수하는 선택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종교적 현상을 넘어,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편향된 신념 유지’의 문제를 상징합니다. ‘화살촉’이라는 폭력 집단의 등장은, 믿음이 어떻게 극단적 행동으로 구체화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새진리회의 주장을 ‘정의’로 간주하며, 이에 반하는 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합니다. 이때 벌어지는 폭력은 자발적이라기보다, 체계적으로 조직된 폭력입니다. 즉, 이는 광기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허용되고 조장된 폭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위험합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흐름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게 보여주며, 시청자 스스로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합니다. 심판이 실제로 존재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심판이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을 때’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가 이 드라마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점점 더 비이성적이며, 폐쇄적이고, 폭력적으로 변질되어 갑니다.

‘지옥’이 남긴 질문과 우리의 사회적 자화상

‘지옥’은 종교적 신념, 군중 심리, 윤리의식의 경계를 치열하게 탐색하는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러, 심판이 정당하지 않다는 사실이 일부 인물들에 의해 드러나지만, 이미 사회는 되돌릴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새로운 믿음 체계는 체제화되었으며, 사람들은 이제 믿음 그 자체보다 믿음의 ‘효율성’에 의존하는 상태에 도달한 것입니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극적인 반전을 통해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지옥행을 선고받고 목숨을 잃은 인물이 다시 살아나는 장면은, 기존 체계의 전복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믿음을 바꾸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2025년 현재, 시즌2가 방영된 이후에도 ‘지옥’은 여전히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되고 있으며, 종교사회학, 심리학, 미디어 비평 등 여러 분야에서 인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 드라마가 단순히 장르적 재미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담론을 촉발하는 수준의 서사를 구현해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옥’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집단적 무의식일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지옥은 어쩌면, 어디에도 있지 않고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믿고자 하는 바가 현실이 되는 순간, 그곳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