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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설강화’ 논란과 내 생각 – 허구와 역사 사이 균형을 잃다

by maymoney12 2025. 6. 30.

드라마 설강화 메인 포스터
드라마 설강화

드라마 ‘설강화’는 방영 초기부터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며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운동과 남파 간첩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배경으로 삼은 이 작품은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는 한편, 창작의 자유라는 방어 논리도 뒤따랐습니다. 이 글에서는 논란의 배경과 쟁점을 정리하고, 개인적으로 느낀 점과 콘텐츠 감상의 균형점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 봅니다.

‘설강화’는 왜 논란이 되었는가 – 시대극이 가진 책임과 위험

2021년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설강화>는 정해인, 지수 주연의 멜로극으로 소개되었지만, 그 내용과 배경 설정이 알려지면서 방영 전부터 큰 정치적 논쟁에 휘말렸습니다. 가장 큰 비판은 1987년 민주화 운동 시기를 남파 간첩 이야기와 엮으며, ‘국가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프레임’을 창작물 안에서 제공한 것 아니냐는 우려였습니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남파 간첩이라는 설정, 그리고 이 인물이 여성 주인공의 도움으로 정체를 숨기며 민주화 운동권 인물로 오해받는 전개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위험한 역사 왜곡’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후 방영이 시작되자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 인사들도 ‘방송 중지 요청’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사태는 확대되었습니다. 제작진은 “전개 후반부에 진실이 드러난다”며 허구임을 강조했지만, 시청자 다수는 ‘초반 설정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설강화>는 서사와 완성도 이전에 ‘작품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따라다닌 사례가 되었습니다.

1. 허구의 한계 – 창작의 자유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설강화> 논란의 본질은 “어디까지가 허용 가능한 창작인가?”라는 질문으로 결론됩니다. 창작자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역사적 실재’와 ‘집단적 상처’가 얽힌 민감한 시대를 배경으로 할 경우, 그 창작은 단순한 개인의 자유를 넘어 공공성과 책임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1987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국민이 직접 민주주의를 쟁취한 상징적인 해입니다. 이 시기에 남파 간첩을 멜로 서사의 중심에 두고, 그를 보호하는 여성 주인공의 행동이 오해와 운명적인 사랑으로 그려지는 구조는 결과적으로 당대의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거나, 보안사의 공작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부여할 위험이 있습니다. 더구나 한국 사회에서는 ‘간첩 조작 사건’이 실존했던 아픈 역사이기에 그것을 픽션의 장치로 삼는 시도는 단순히 흥미로운 전개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물론 후반에 진실이 드러난다 해도, 드라마는 누적된 이미지와 분위기를 통해 대중의 무의식에 영향을 줍니다. 허구라고 해서 모든 것이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상상하고,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지금처럼 민감한 시대에선 더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2. 감상자의 입장에서 본 ‘설강화’ – 멜로로 보기 어려운 이유

작품 자체만 두고 본다면 <설강화>는 감각적인 연출, 아름다운 영상미 등 완성도 높은 멜로드라마의 외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자가 이 드라마를 ‘멜로’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이유는 전개를 따라가면서 끊임없이 머리를 스치는 ‘이 시기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대극은 단순히 배경만 그 시기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그 시기의 정서를 함께 끌어안아야 합니다. 특히 민주화 운동처럼, 아직도 많은 이들의 상처로 남아 있는 현실을 다룰 때는 더욱 조심스럽고 진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초반부의 설정만으로도 이미 많은 시청자들의 판단이 갈렸다는 점에서, 제작진이 후반부의 전개를 통해 모든 오해를 해소하겠다는 논리는 ‘결과 중심’의 안일한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는 결국 누적된 장면의 흐름이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예술이고, 그 감정의 축적이 ‘어떤 세계관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필자에겐 <설강화>는 단지 ‘논란이 된 작품’이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감상하기 불편한 이야기’로 남았습니다.

3. 콘텐츠의 자유 vs. 사회적 맥락 – 그 경계에 대한 고민

지금 우리는 콘텐츠의 자유가 어느 때보다 보장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은 기존 공중파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다루고, 더 다양한 세계관을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되어줍니다. <설강화>도 그런 맥락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새로움’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민감한 주제를 선택했을 때 더 높은 수준의 리서치, 감수성, 그리고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설강화>의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드라마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역사와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를 사회 전체가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논쟁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도, 감상자도, 사회 전체도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항상 조화와 긴장이 필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가 감정만 남기지 않기를 – 기록과 상상의 균형

<설강화>는 시작부터 많은 논란을 안고 출발했지만, 그 논란 자체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어떤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가? 그 기억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야기할 때, 누구를 배려해야 하는가? 작품은 사라져도, 그로 인해 생긴 질문과 고민은 남습니다. 필자는 <설강화>를 끝까지 시청했지만, 그 감상은 즐거움보다는 무거운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의 시대극들이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균형 감각을 갖고, 사람의 감정뿐 아니라 기억과 기록의 무게까지 함께 담아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