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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어떻게 쓰여지는가: 작가 인터뷰로 본 서사 구성의 원리

by maymoney12 2025. 6. 10.

작가가 노트에 글을 쓰고 있는 이미지

좋은 드라마는 복잡한 플롯과 감정선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탄탄한 서사에서 시작됩니다. 본문에서는 현업 드라마 작가들의 실제 인터뷰를 기반으로, 드라마 서사 구조의 기획, 인물 배치, 갈등 설정, 감정 선곡의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다뤄봅니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시작되는 세계

드라마의 첫 시작은 항상 ‘기획 노트’ 한 장에서 출발합니다. 그 안에는 세계관, 인물 관계, 주요 사건과 주제가 씨앗처럼 담겨 있으며, 작가는 이 씨앗을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이야기’로 성장시킵니다. 서사는 단지 줄거리의 흐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감정의 진폭, 인물 간의 화학 작용, 갈등의 리듬, 그리고 메시지의 층위까지 포괄하는 ‘구조적 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진행된 다수의 드라마 작가 인터뷰에서는 이 구조를 만들기까지의 고충, 각색의 기술, 인물 창조의 내면적 작업이 자세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나의 아저씨》의 박해영 작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이우정 작가, 《괴물》의 김수진 작가 등은 모두 자신만의 서사 구축 전략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단순한 창작 감각이 아닌, 치밀한 설계와 반복된 수정의 결과임을 강조합니다. 이 글에서는 작가들의 실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드라마 서사가 어떻게 설계되고 발전해 나가는지 그 실제 과정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어떻게 서사를 설계하는가

1. 주제에서 출발하는 구조 설계 박해영 작가는 《나의 아저씨》를 집필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캐릭터도, 사건도 아닌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한 주제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서사의 전개를 사건 중심이 아니라 감정의 선으로 끌고 가며, 각각의 인물들이 상처와 상실을 통해 어떻게 서로를 견디는지를 구조적으로 설계했습니다. 주제에서 출발한 서사는 모든 장면과 대사의 방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2. 인물 간 균형과 대립의 배치 이우정 작가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5명의 주인공을 각각 독립적인 서사 축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는 “각 인물이 중심이 되는 회차마다 다른 장르를 섞는 것처럼 구성했다”라고 말하며, 전체 시즌을 관통하는 플롯보다는 인물 중심의 미시 서사를 중첩시켰습니다. 이는 개별 인물의 변화를 통해 전체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이끄는 방식이며, 대립 구조가 아닌 ‘온기 있는 균형’이 강조된 서사 설계입니다.

3. 갈등의 층위와 감정의 타이밍 조절 김수진 작가는 《괴물》에서 "갈등을 언제 드러내고 언제 숨길지, 그것을 결정하는 게 서사의 리듬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괴물》은 시청자가 추리와 정서를 동시에 따라가야 하는 복합 구조였기에, 정보의 노출 타이밍과 감정의 고조 시점을 치밀하게 배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작가는 ‘한 회차 내에 기승전결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고전적인 구조 대신, 서사 전체를 거대한 음악처럼 설계했습니다.

이외에도 작가들은 다음과 같은 서사 구성 원칙을 공유합니다. - 시청자의 ‘예상’을 어떻게 비틀 것인가 - 인물의 감정이 ‘전달’되는 장면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 플롯과 인물의 자연스러운 동선을 설계하기 위한 리서치의 양 - 대사로 설명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법 결국 서사는 창작의 영역이면서도 기술의 영역입니다. 감정의 설계자이자 플롯의 건축가인 드라마 작가는, 매 회차마다 수십 개의 선택지에서 최적의 흐름을 짜내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는 단지 재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숙련과 이성, 직관이 결합된 고도의 창작 역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눈으로 본 세상

드라마 서사란 단순히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 중심에는 항상 작가의 시선이 있으며, 그 시선은 세상에 대한 해석과 관찰에서 비롯됩니다. 작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공통점은 바로 이 점입니다. 인물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대신 그 인물이 되는 것. 갈등을 ‘배치’ 하지 않고, 그 안에 직접 들어가 보는 것. 이처럼 작가들은 감정과 사건 사이에서, 진실한 장면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선택과 후회를 반복합니다. 앞으로도 드라마는 작가의 시선에서 출발할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서사는 여전히, 삶을 가장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언어로 남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우리는 세상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다시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