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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폭력

by maymoney12 2025. 6. 25.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포스터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 실재했던 사이비 종교 집단과 그 교주들을 추적하며, 종교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범죄와 고통을 조명한 충격적인 기록물입니다. 본 후기는 해당 작품의 감상평과 함께 종교적 맹신의 위험성, 집단심리,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갖는 권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 정리했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범죄, 그 실체를 마주하다

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단순한 범죄 추적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종교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삶과 정신, 심지어 육체까지 파괴된 이들의 증언을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냅니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JMS(정명석), 만민중앙교회(이재록), 아가동산(김기순), 그리고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까지 네 명의 자칭 ‘신’이 만든 세계와 그들에게 속고, 다치고, 버려진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강력한 톤으로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을 넘어 “왜 사람들은 그들을 믿었는가?”, “종교라는 이름으로 어떤 일이 반복되어 왔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 권위주의, 맹신 구조를 정면에서 비판합니다. 2025년 현재에도 이 작품은 여전히 회자되며,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논쟁이 사회적으로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후기는 <나는 신이다>라는 작품이 가진 사회적 의미, 개인적인 감상, 그리고 종교 비판적 시각에서의 해석을 중심으로 정리하였습니다.

1. 구조적 신격화 – 왜 사람들은 ‘그’를 신으로 믿었는가

<나는 신이다>가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범죄의 내용 자체보다도 그 범죄가 벌어지는 구조, 그리고 그 구조 속에 수많은 이들이 의심 없이 동참하고 복종했다는 사실입니다. 정명석은 JMS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메시아라고 주장하며 수십 년간 여신도 성폭행과 성추행을 반복했습니다. 그는 강간 혐의로 10년형을 받고 출소했음에도 여전히 신도들의 지지를 받으며 ‘교주’로 기능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늘 신성한 언어로 포장되었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보냈다”, “너는 특별한 존재이기에 나와 결합해야 한다” 이런 언술은 피해자들에게 ‘사명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심어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단지 순진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사회적·정신적 고립 상황 속에서 ‘구원’이라는 메시지가 절박하게 다가왔다는 점입니다. 또한, 교회 내 계급 구조와 상하 명령 체계, 외부와의 단절은 이성적 판단을 점점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신격화’는 다른 종교 집단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이재록 역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자신을 설정하며, 김기순은 스스로를 ‘하나님의 어머니’라 주장했습니다.

그들이 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가 그들을 신처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2. 피해자들의 고통 – 증언은 끝나지 않은 전쟁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지점은 교주들의 말이나 범죄 행위보다도, 피해자들의 ‘목소리’입니다. 특히 JMS의 피해자들이 얼굴을 공개하고, 자신의 경험을 또렷하게 말하는 장면은 시청자로 하여금 감정을 넘어선 윤리적 고민을 안겨줍니다. 한 피해자는 말합니다. “나는 교주와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도 그가 ‘신의 사람’이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 믿었다.” 그 믿음은 곧 배신이 되었고, 그 배신은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흔들었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만이 아니라, 교회 내부의 신도들로부터도 ‘2차 가해’를 지속적으로 받았습니다. 폭로자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았고, “거짓말하는 자”라 매도당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개인의 일이 아닙니다. 집단주의적 문화 속에서 ‘조직을 지키는 것이 옳다’는 암묵적 강요는 피해자가 침묵하게 만들고, 가해자가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하게 만듭니다. 특히 <나는 신이다>는 이러한 사회 구조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피해자의 증언은 고통의 재현이 아니라, 침묵의 구조를 깨기 위한 용기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목소리에 책임 있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3. 종교 비판적 시선 – 신앙과 맹신 사이의 경계

이 다큐멘터리는 종교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맹신’이 신앙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철저히 보여줍니다. 신앙은 본래 삶의 의미와 윤리적 기준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특정 인물에게 집중되고, 그 인물이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순간 신앙은 곧 무기로 변합니다. ‘나는 신이다’라는 제목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실제로 4명의 교주 모두 스스로 신이거나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행위를 신을 모독하는 것으로 치환했습니다. 이는 단지 종교적 문제를 넘어서 ‘권력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신의 이름 아래 행해진 폭력은 법보다, 윤리보다, 인간의 권리보다 우선시되어 왔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종교가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갖고 있으며, 정치, 교육, 미디어와도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은 맹신과 추종의 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듭니다.

‘나는 신이다’는 묻습니다. 정말로 신이 그런 것을 원했을까요? 아니면, 그들이 신을 그렇게 만든 걸까요?

믿음은 질문 없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질문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나는 신이다>는 충격적이고 무거운 작품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중요한 메시지를 가진 다큐멘터리입니다. 종교가 인간에게 위로가 될 수 있으려면, 그것은 인간을 지배하는 도구가 되어선 안 됩니다. 누군가의 믿음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고, 존엄을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2025년 지금도, 수많은 사이비 종교가 여전히 활동 중이며 우리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단지 누군가의 잘못을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그 믿음은 정말 나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진짜 신앙이란 누군가를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고, 질문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믿음을 세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