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은 단순한 좀비 스릴러를 넘어 청소년들의 성장, 인간성과 윤리, 그리고 생존의 딜레마를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 좀비물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 이 작품은 장르적 긴장감과 메시지의 균형을 훌륭히 잡아냅니다.
좀비, 학교, 그리고 우리 – 장르를 통한 사회적 은유
2022년 1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조난형 좀비물과 학원 드라마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장르적 시도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경북 효산시의 효산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을 배경으로, 폐쇄된 공간 안에서의 생존, 인간관계, 윤리적 갈등을 치밀하게 다뤘습니다. 단순히 좀비와 싸우는 것이 아닌,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와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10대 청소년들이 겪는 두려움, 성장통, 그리고 때때로 어른들보다 더 성숙한 선택들을 정교하게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고립된 공간이라는 제한된 배경 속에서도 긴박한 전개, 인물 간의 감정선,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의식을 녹여내며 단순한 장르 드라마를 넘어섭니다.
1. 캐릭터의 입체성 – 평범한 학생들이 보여주는 비범한 용기
이 드라마의 강점 중 하나는 다채롭고 입체적인 캐릭터 구성을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몰입을 극대화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이청산(윤찬영 분)과 남온조(박지후 분)는 초반엔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학교 안이 좀비에게 점령당한 뒤, 그들은 본능과 도덕, 생존과 희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특히 청산은 친구를 잃고, 동급생을 살리기 위한 선택을 반복하면서 '영웅'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의 고뇌와 두려움, 그리고 책임감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반면 이나연(이유미 분), 윤귀남(유인수 분)과 같은 인물은 생존 상황 속에서 이기심과 폭력성을 드러내며 현실에서의 인간 본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들의 선택은 종종 극단적이지만, 그 또한 인간이 얼마나 쉽게 경계를 넘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드라마는 ‘좀비로부터 도망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으로 남기 위한 사투’에 더 가깝습니다.
2.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학교라는 공간의 활용
학교라는 공간은 친숙하면서도 복합적인 감정을 자아내는 장소입니다. 학습의 공간, 친구와의 추억이 있는 곳,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탈출구 없는 감옥으로 전락합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이 공간의 양면성을 철저히 활용합니다. 교실, 급식실, 체육관, 도서관, 음악실 등 학교 안의 다양한 장소들이 좀비와의 추격전과 숨 막히는 생존 상황의 무대가 되며 단조롭지 않은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공간 이동이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변수를 통해 전개에 변주를 주며, 시청자의 긴장을 놓지 않습니다. 지붕 위 탈출, 교내 방송을 통한 구조 요청, 도서관 갇힘 에피소드 등은 각기 다른 공포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시리즈 중반부터 등장하는 군부대의 개입과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은 재난 상황에서의 시스템 부재와 국가 권력의 비도덕성을 비판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교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시리즈 전체를 밀도 높게 구성해 낸 점은 이 드라마의 큰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감정선과 메시지 – 생존 너머의 성장과 윤리
이 드라마는 단순히 좀비와 싸우고 살아남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존을 위한 선택들이 어떤 감정의 파장을 낳고, 어떤 윤리적 질문을 동반하는지에 집중합니다. 한 학생은 친구를 구하려다 감염되고, 또 다른 학생은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모두가 위험에 처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죄책감, 분노, 상실감은 그 어떤 괴물보다도 무겁고 날카롭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좀비’ 캐릭터는 윤리적 경계와 생존 본능의 교차점에서 드라마의 메시지를 한층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좀비이면서 인간이고, 죽어야 하지만 살려야 할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혼종적 존재는 ‘우리가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라는 장르의 외피를 빌려 윤리, 인간성, 성장, 책임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그 학교에 있었다 – 좀비물이 아니라 성장 드라마였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한국 사회 특유의 집단성, 시스템 문제, 청소년기의 불안과 성장이라는 복합적인 요소들을 깊이 있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필자 개인적으론 좀비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묻는 이야기이며 그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민낯, 그리고 끝끝내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노력들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을 더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드라마는 생존의 기술보다 감정의 밀도, 판단의 무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이유를 묻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좀비보다도, 그 학교 안의 아이들이 더 깊이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