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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 가족, 삶, 관계를 말하다

by maymoney12 2025. 7. 2.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상의 디테일을 통해 깊은 감정을 끌어내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걸어도 걸어도' 등 그의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세계와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돌아봅니다.

조용한 이야기의 힘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가 특별한 이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영화감독으로, 현대 가족의 모습과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조명하는 작품들로 국내외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의 영화는 격정적인 사건보다 일상에서 비롯되는 감정과 갈등을 중심에 두며, 그 속에서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와 같은 보편적이고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은 조용하고 담담하지만, 인물의 감정선은 무척이나 진하고 묵직합니다. 관객은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투영하게 되고, 그 감정은 오래도록 마음에 잔상을 남깁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각 작품이 지닌 메시지와 감동, 그리고 감독의 일관된 세계관을 후기 형식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 피보다 기억이 중요한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병원에서 뒤바뀐 두 아이를 6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두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엘리트 건축가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는 자신이 길러온 아들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피를 나눈 아들과 다시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며, ‘가족이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교환된 아이의 이야기를 넘어, 자신이 쌓아온 가치관이 얼마나 모래성 같았는지를 깨닫는 한 남자의 내면 변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료타의 완고함과 그 이면의 불안함은 자신이 ‘좋은 아버지’라고 믿고 싶은 많은 현대인의 내면을 반영합니다. 고레에다는 아이를 통해 부모가 바뀐다는 진실, 그리고 ‘가족은 함께한 시간의 총합’이라는 메시지를 침착하고 단단하게 풀어냅니다.

2. 어느 가족 (2018) – 함께 사는 것이 가족인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은 도쿄의 가난한 지역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법적으로는 가족이 아닙니다. 혈연도, 혼인 관계도 없지만 함께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웃고, 울며 정말 ‘가족처럼’ 살아갑니다.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가장 급진적 질문을 던집니다. 고전적인 우리의 관념으로 법과 제도, 피로 맺어진 관계가 과연 가족을 정의할 수 있는가? 오히려 이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돌봄과 애정이 진짜 가족의 의미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가족이라는 형태’보다 ‘가족처럼 행동하는 삶’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합니다. 결국 고레에다는 “가족은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3. 걸어도 걸어도 (2008) – 남겨진 사람들의 서늘한 온기

<걸어도 걸어도>는 세상을 떠난 큰아들을 기리는 가족 모임에 모인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특별한 사건 없이, 하루 동안의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 하루 속에는 억눌린 감정, 미묘한 긴장감, 말하지 못한 상처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부모는 여전히 죽은 아들에 대한 기억에 머물러 있고, 남겨진 아들(아베 히로시 분)은 자신이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서글픔을 느낍니다. 어머니(키키 키린 분)는 가족을 붙잡으려 애쓰지만 모두가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표정을 짓습니다. 고레에다는 가족의 본질을 말하는 데 극적인 언어나 서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저 인물들이 ‘걸어도 걸어도’ 도착하지 못하는 감정의 목적지를 따라갈 뿐입니다. 이 영화는 살아 있는 자들이 어떻게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지를 말하며, 가족 내에서의 불균형한 사랑과 기대와 실망의 교차를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삶을 묻는 방식’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거대한 서사나 기발한 플롯 없이도 인간의 감정과 삶의 본질을 조용히 흔듭니다. 그의 영화에선 사랑도, 미움도, 상처도 극단적이지 않고 늘 현실의 온도에서 움직입니다. 거기엔 항상 가족이 존재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가족은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 말은 그의 거의 모든 영화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는 다시 가족을 떠올리게 됩니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 표현하지 못한 사랑, 그리고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잊고 지낸 관계들. 그가 만든 영화는 단지 스크린 위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조용한 울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팬으로서 여기 소개한 작품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간단히 마무리하고 다음 기회에 세세히 한편 한편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