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tvN에서 방영된 추리 드라마 ‘시그널’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전기를 매개로,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들, 치밀한 구성, 입체적 캐릭터로 수많은 팬층을 형성했으며, 국내 범죄 수사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여기에선 ‘시그널’의 독특한 세계관과 구조, 서사적 장치, 철학적 의미를 정리합니다.
시간을 뛰어넘는 무전기 – 한국형 타임루프 수사극의 시작
‘시그널’은 2016년 tvN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로, 방영 이후 수많은 호평을 받으며 한국 범죄 수사 드라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김은희 작가의 탄탄한 각본과 김원석 PD의 세련된 연출, 이제훈, 조진웅, 김혜수 등 주연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이 만나 웰메이드 장르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드라마의 핵심은 과거의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과 현재의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 분) ’이 오직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과거의 미제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타임슬립이나 SF 판타지가 아닌, 사건 중심의 현실적인 수사물이기에 더욱 몰입도를 높입니다. ‘시그널’은 실존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여 강력 사건의 사회적 맥락을 조명하고, 정의란 무엇인지,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그널’의 세계관과 주요 구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그널’ 세계관 구조 및 설정 정리
1. 시간의 간극을 연결하는 ‘무전기’
‘시그널’의 핵심 장치는 오래된 무전기입니다. 이 무전기는 박해영이 폐기된 경찰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매일 정해진 시간(밤 11시 23분)에만 작동하여 과거의 형사 이재한과 통신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 무전기의 존재는 드라마에서 ‘왜 가능한가’보다는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장치는 SF가 아닌 ‘운명적 인연’ 또는 ‘운명 개입 장치’로서 기능하며, 극 중에서 무전기를 통해 전달된 정보가 과거를 바꾸고, 그 결과 현재의 사건 역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구조를 취합니다. 예컨대 한 사건을 해결하면, 현재의 수사 기록이나 피해자, 가해자의 신상까지도 전면 수정되며 ‘리셋된 현실’이 구성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완전하지 않으며, 어떤 사건은 결과가 개선되지만 또 다른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꼬이게 됩니다. 이 점에서 ‘시그널’은 타임패러독스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며, ‘선한 개입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라는 복잡한 인과관계를 다루는 진지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2.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제 사건들
‘시그널’의 사건들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한 강력 범죄들을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 점에서 드라마는 현실성과 무게감을 동시에 획득합니다.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화성 연쇄살인사건** → 드라마 속 ‘경기 남부 연쇄 살인 사건’으로 재구성 - **유영철 연쇄살인** → 연쇄 여성 납치 및 살인 에피소드 - **이형호 유괴 사건** → 어린이 유괴 후 살해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초반 에피소드 - **김포 여대생 살인 사건** → 억울한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에피소드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우리 사회가 잊어선 안 될 상처를 드라마라는 매개를 통해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특히, 가해자보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며, 수사기관의 무능, 권력의 외면, 사회적 차별 등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3. 인물 간의 교차서사 – 세 시점의 공존
드라마는 과거(2000년대 초반), 현재(2015년), 그리고 수정된 ‘대체 현재’가 서로 엇갈리고 교차하면서 진행됩니다. 이를 통해 한 인물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입체적으로 구성합니다. 주요 인물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재한(조진웅 분)**: 2000년대 형사. 정의감 넘치며, 비리를 참지 못하는 성격. 무전기의 한쪽 주인공이며, 결국 진실을 추적하다가 실종됨. - **박해영(이제훈 분)**: 현재의 프로파일러. 과거 가족사가 사건과 얽혀 있으며, 이재한의 무전을 통해 점차 정의로운 경찰로 성장. - **차수현(김혜수 분)**: 현재의 강력계 형사이자, 이재한의 과거 연인이며 현재 박해영과 공조 수사를 진행하는 핵심 인물. 이들의 이야기는 단지 사건 해결에만 그치지 않고, 각 인물의 트라우마, 신념, 관계의 변화를 통해 인간적인 드라마로 승화됩니다. 특히 이재한과 박해영 사이에 혈연이나 학연이 없음에도 무전 하나로 이어진 ‘정의 연대’는 이 드라마의 핵심 감정선입니다.
4. “과거는 바뀔 수 있는가”라는 질문
‘시그널’이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과거는 바뀔 수 있는가?”, “바뀌어야 하는가?”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과거 개입을 통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하지만 이 개입은 늘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죽기도 하고, 무고한 자가 피해를 보기도 하며, 진실을 마주한 순간에도 정의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드라마는 ‘단죄’보다 ‘기억’과 ‘책임’이라는 주제를 더 강조합니다. 과거를 바꾸는 목적은 단지 현재를 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시 그 사건 속에 있었던 고통을 잊지 않고, 그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막는 데에 있습니다.
‘시그널’의 세계관이 남긴 의미 – 정의는 언제나 현재형
‘시그널’은 단순한 타임슬립 추리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를 해결해야 현재가 온전해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형사라는 직업이 단지 범인을 잡는 것 이상의 역사적 사명을 지닌다는 점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드라마가 방영된 지 9년이 지난 2025년 현재에도, 이 작품은 여전히 수많은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6년 1월 시즌2 '두 번째 시그널'이란 공식 제목으로 방영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되었다. 과거가 바뀌면서 현재까지 바뀌며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 간의 이야기를 담은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남긴 메시지와 세계관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정의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인가?" 그 질문 앞에 서는 순간, 우리는 시청자가 아니라, 정의의 공동 참여자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