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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 – 청소년 범죄와 법의 윤리, 진짜 정의의 주체

by maymoney12 2025. 6. 19.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메인 포스터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단호히 다루는 판사를 중심으로, 청소년 범죄와 그에 대한 사법 시스템의 복잡한 딜레마를 날카롭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형벌과 교화, 감정과 법리, 정의와 동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판결의 의미는 시청자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줍니다. 본 리뷰에서는 ‘소년심판’이 제기하는 법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의 문제를 중심으로 알아봅니다.

법과 감정의 경계에서 서 있는 사람들

2022년 5월 25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소년법과 형사미성년자를 주제로 한 휴먼 법정 오피스극으로, 그 제목이 암시하듯 소년 범죄를 심리하는 판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범죄를 재판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그 배경에 놓인 사회 구조와 교육의 문제, 가정과 공동체의 역할까지 포괄적으로 조망함으로써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주인공 심은석(김혜수 분) 판사는 극 초반부터 명확한 입장을 보입니다. “나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이 단호한 선언은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작품 전반에 걸쳐 이어질 긴장감의 토대를 마련합니다. 그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소년범에 대해 동정을 품지 않으며, 오히려 법이 무르다는 사회적 비판에 공감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을 가진 인물이 청소년 범죄를 다룬다는 설정은 다소 도발적입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 설정을 통해 판사라는 존재가 단순한 법 적용자가 아니라, 사회와 법, 감정과 논리를 연결하는 중개자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청소년 범죄라는 복합적인 문제 앞에서, 심은석 판사는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깊은 갈등 속에서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작품 초반에는 강력한 처벌과 분리 조치에 집중하던 그가, 점차 개별 사건의 맥락과 피고인의 배경에 주목하게 되며 변화하는 과정은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집니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집니다.

청소년 범죄의 민낯과 그 배경에 대한 통찰

‘소년심판’의 진정한 힘은, 사건의 사실관계뿐 아니라 그 사건이 발생한 사회적 배경에 주목했다는 점입니다. 극 중 다뤄지는 범죄들은 대부분 실제 한국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청소년 범죄들을 모티프로 삼고 있으며, 단순한 일탈을 넘어선 계획적 범죄, 모방 범죄, 보복 범죄 등 다양한 유형을 통해 문제의 복잡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드라마가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만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건의 배후에는 부모의 방임, 학교의 무관심, 지역 사회의 단절, 인터넷을 통한 잘못된 정보 소비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즉, 범죄는 소년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그를 둘러싼 환경과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심은석 판사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비록 초기에는 ‘책임’과 ‘형벌’을 강조하던 그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그 이면에 있는 상처와 결핍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 변화는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진행되는데, 피해자 유가족과의 대화, 보호관찰소 현장 시찰, 청소년과의 직접 면담 등을 통해 그가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설득력 있게 묘사됩니다. 또한, 함께 근무하는 차태주(김무열 분) 부장판사와의 대비도 이 드라마의 서사적 깊이를 더합니다. 차태주는 '아이들도 인권이 있고 인격이 있습니다'라고 하며 ‘교화’와 ‘기회’에 무게를 둔 인물이며, 심은석과는 반대 지점에서 논리를 전개합니다. 두 사람의 가치관 충돌은 단지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사회가 소년범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의 대립을 상징합니다. 그 밖에도 보호관찰관, 사회복지사, 학교 교사, 가해자 부모, 피해자 가족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청소년 범죄라는 하나의 주제가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얽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소년심판’은 이를 통해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문제의식을 제시하고 있으며,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공공적 가치까지 획득합니다.

정의는 판결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년심판’은 단지 ‘판사가 주인공인 법정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법이라는 제도가 인간을 어떻게 판단하고, 구분하며, 또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조명합니다. 청소년 범죄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훈계나 자극적인 연출에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소년심판’은 국내외에서 형사사법 제도와 관련된 콘텐츠 중 가장 깊이 있는 작품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으며, 실제 청소년 보호관찰 제도와 법 개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판결이 끝난다고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며, 법적 처벌만으로는 누구도 온전히 구제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소년범 역시 사회의 일원이며,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은 이들이 다시금 사회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어떤 제도와 태도를 마련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소년심판’은 그 물음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은 드라마를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