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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실화의 역사적 배경 – 분단 외교의 긴박한 현실

by maymoney12 2025. 6. 24.

영화 모가디슈 아트워크 포스터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의 2021년 작품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실제로 벌어진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이 콘텐츠는 그 역사적 배경과 함께,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감정적 여운, 그리고 외교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담은 후기입니다.

총성 속에서 피어난 휴머니즘 – '모가디슈'를 다시 보다

2021년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는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외교 스릴러’이자 한국 현대사 속 외교사의 한 페이지를 극적인 감정과 스펙터클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실제로 있었던 남북한 외교관들의 탈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한국 영화가 오랜 기간 다루지 못했던 ‘분단 외교’라는 소재를 극적인 서사와 탁월한 연출로 풀어냈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이 이야기를 통해 단순한 탈출극 이상의 의미를 전합니다. 총성이 울리고, 외교적 명분이 무의미해지는 상황 속에서 과연 인간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국가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묵살되어야 하는가? 영화를 다시 보는 2025년 지금, <모가디슈>는 단지 잘 만든 실화 기반의 영화가 아니라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감상평과 함께 그 실제 역사적 배경, 그리고 작품이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과 메시지를 정리하였습니다.

1. 실제 역사적 사건 – 1991년 소말리아, 탈출의 기록

<모가디슈>는 단지 허구의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사건은 1991년 1월, 소말리아 내전이 발발하면서 현지에 주재 중이던 남한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 외교관들이 함께 탈출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둡니다. 당시 소말리아는 30여 년 이상 권력을 잡고 있던 바레 정권이 반군 세력의 공격으로 붕괴하면서 완전한 무정부 상태로 진입하게 됩니다. 도로에는 무장 민병대가 떠돌았고, 치안은 사실상 마비되었으며, 대사관조차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외교관들은 UN으로부터 철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고립되었고, 북한 대사관 역시 마찬가지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놀라운 것은, 평소엔 외면하고 심지어 적대적 관계였던 남북 외교관들이 이 위기 속에서 협력하여 모가디슈를 함께 탈출했다는 사실입니다. 총성 속에서 벌어진 이 남북 공동 탈출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이며, 이후 외교 문서나 기록에서도 ‘인도적 협력의 상징’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역사적 사건은 단지 생존의 이야기이자, 국가주의가 무너진 순간 인간성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극한의 사례였습니다.

2. 영화의 전개와 감정선 – 전쟁보다 무서운 정치적 경계

영화 <모가디슈>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하되, 구체적인 인물과 대사를 재창조하여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합니다. 남한 측은 김윤석 배우가 연기한 ‘한신성 대사’를 중심으로, 북한 측은 허준호 배우의 ‘림용수 참사관’이 중심에 섭니다. 이 인물들은 실존 인물을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외교관들의 입장을 매우 현실감 있게 담아냅니다. 초반에는 서로를 견제하며 정보와 물자를 경쟁적으로 확보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나오지만, 점차 총성이 빗발치고 모든 외부 연결이 끊기게 되면서 결국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장면은 두 대사관 직원들이 한 장소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적의 눈을 피해 차량 두 대에 나누어 탑승해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시퀀스입니다. 그 장면은 단지 탈출의 긴박함을 넘어서 ‘국가와 체제의 이념 아래 억눌렸던 인간적 신뢰와 공감’이 어떻게 복원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남습니다. 또한, 탈출 후 남북 외교관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어지는 장면은 어쩌면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결말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말합니다. 총성보다 무서운 것은, 우리가 서로를 끝내 모른 척하는 일이라고.

3. 류승완 감독의 연출 – 액션 너머의 의미를 붙들다

류승완 감독은 그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어온 감독입니다. 그러나 <모가디슈>는 그중에서도 가장 균형 잡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액션 연출의 장인답게 도심에서의 총격전, 차량 추격신, 무장 민병대의 등장 등을 실제 전쟁 다큐처럼 긴장감 있게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모가디슈>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그 액션 속에 담긴 의미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념이 아닌 사람을 보게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어느 한쪽의 우위를 보여주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순간의 진심, 그리고 그 순간이 가진 의미에 집중합니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김윤석은 극한 상황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외교관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허준호는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으려는 내면의 갈등을 절제된 연기로 소화했습니다.

‘모가디슈’는 단지 전쟁 탈출 영화가 아니라, 분단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상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입니다.

모가디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실

2025년의 지금, <모가디슈>를 다시 본다는 것은 단순한 영화 감상을 넘어서 우리 현대사의 한 단면을 다시 마주하는 일입니다. 이 작품은 정치적 대립이 사라질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인간적인 연결, 그리고 위기 속 연대가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 적이었을까?” 그리고 또 하나, “당신이라면, 그 상황에서 손을 내밀 수 있었을까?” <모가디슈>는 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그 여운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남습니다.  결국 ‘모가디슈’는 국가보다 더 큰 ‘인간’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가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